갤러리 자인제노
하일지 - 녹색시대
- Period
- 2024년 3월 1일 - 2024년 3월 15일
- Venue
- 갤러리 자인제노
- Contact
- 02-737-5751
<p>90년대 ‘경마장 가는 길’로 한국 문단에 포스트모더니즘 붐을 일으켰던 소설가 하일지는 2018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갤러리 자인제노와는 이번이 3번째 기획전이다.</p><!-- /wp:paragraph --><!-- wp:paragraph --> <p>“사람들은 나에게 왜 녹색으로 그림을 그리느냐고 묻곤 했다. 나는 일일이 대답하기가 거북해서, 사다 놓은 녹색 물감 두 통이 남아 있었는데 그걸 처리하려고 라고 대답하곤 했다.” 하일지의 이 대답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의 작업실에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녹색 물감 두 통이 뒹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런 표면적 이유보다 하일지는 녹색은 사용하기에 따라 깊이와 신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점이 녹색을 쓰게 된 이유로 더 정확하다. 피카소의 청색과는 달리 다양하고 독특한 정서를 표현하는 데 녹색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된 그는 한동안 녹색에 천착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은 마치 독특한 음색을 가진 새로운 악기를 다루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p><!-- /wp:paragraph --><!-- wp:paragraph --> <p>한편 무서운 성장력을 보이는 넝쿨식물을 그리면 독특한 그림이 되겠다는 발상은 무려 30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그는 당시에는 화가가 아니고, 화가가 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만나는 화가들을 붙들고 아이디어를 들려주고 그걸 그려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긴 하지만 그걸 실제로 그리는 화가는 아무도 없었고 세월이 한참 흐른 훗날 화가가 된 하일지는 30년 전 자신의 발상을 그림으로 그려보기로 한 것이다. 기량이 모자라서 생각했던 것만큼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고 자신의 붓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는 그는 “정말이지 나는 재주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p><!-- /wp:paragraph --><!-- wp:paragraph --> <p>하일지는 소설을 쓸 때도 그랬지만, 그림을 그릴 때도 잘 그리기 위해서 그리지 않는다. 그는 세상에는 잘 그리는 작가는 부지기수로 많은데, 나까지 굳이 잘 그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아니면 그렇게 그릴 수 없을 대상, 이를 잘 그리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화법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이런 작가의 태도는 그의 작품 '경마장 가는 길'을 연상시킨다. "나는 아직 한 번도 경마장에 가본 적이 없다. 따라서 나는 경마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오래전에 언젠가 한 번은 누가 나에게 경마장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준 적이 있다. 나는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누구였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p><!-- /wp:paragraph --><!-- wp:paragraph --> <p>작가는 미술을 알지 못한다 말했지만, 그는 지난 몇 년간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기억하며 내면의 소리로 직조한 그림과 함께 부유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p><!-- /wp:paragrap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