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서울 관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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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소의 전시

종료

2023년 1월 1일 - 2025년 12월 31일

[상시] 권진규의 영원한 집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2021년 7월 (사)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은 많은 사람이 권진규의 작품을 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 총 141점의 작품을 기증했습니다. 기증작품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조각, 소조, 부조, 드로잉, 유화 등으로 다양한데, 특히 1950년대 주요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2022년 미술관은 기증자의 뜻을 기리고,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대규모 회고전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2022.3.24.―5.22.)를 개최했습니다. 전시 기간 중에 (사)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lt;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gt;를 공동 개최하여 기존 연구의 오류를 정정하고, 새로운 연구 결과를 냈습니다. 이어 순회전으로 ≪영원을 빚은, 권진규≫(2022.8.2.―10.23., 광주시립미술관)를 공동 개최했습니다.</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2023년 미술관은 권진규 작고 50주기를 맞아 벨기에영사관이었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층 5개의 전시실을 권진규 상설전시실로 조성합니다. 구벨기에영사관과 권진규는 굴곡진 동시대를 살아왔습니다. 대한제국(1897―1910)은 세계열강들의 각축 속에서 주권을 지키기 위해 중립국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를 위해 벨기에와 외교적 연대를 맺고, 벨기에는 중구 회현동에 벨기에영사관을 지었습니다.&nbsp;</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그러나 대한제국의 중립국화가 실패하면서, 이 건물은 광복 이후 여러 용도로 사용되다가 도심재개발사업으로 관악구 남현동으로 이축되었고, 2004년에는 소유주인 우리은행이 서울시에 영구무상 임대하여,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권진규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 한일국교단절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을 어렵게 오가며 조각가로 활동했습니다. 그가 남긴 작품은 우여곡절 끝에 미술관이라는 영원한 안식처를 찾았습니다. 이제 남서울미술관과 그의 작품은 서로를 품으면서 그 존재와 의미를 강화하게 됩니다.</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권진규에게 진정한 작품은 자기 주변의 대상을 끊임없이 관찰, 연구하여 단순히 본질만을 담아낸 것이었습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사실적인 것도, 아름다운 것도 아닌,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혼, 영원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여성과 남성, 현세와 내세,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종래는 이를 무화無化하는 작품으로 자신만의 모더니티를 구현했습니다.</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ldquo;진실의 힘의 함수관계는 역사가 풀이한다.&rdquo;라는 권진규의 시구처럼, 지금은 어떤 제약도 없는 동시대 미술에서 그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해석으로 풀어낼 때입니다. 이에 미술관은 그간의 연구성과를 반영해 상설전시 ≪권진규의 영원한 집≫을 개최합니다. 전시는 도쿄 무사시노미술학교 시기의 &lsquo;새로운 조각&rsquo;, &lsquo;오기노 도모&rsquo;, &lsquo;동등한 인체&rsquo;와 서울 아틀리에 시기의 &lsquo;내면&rsquo;, &lsquo;영감&rsquo;, &lsquo;인연&rsquo;, &lsquo;귀의&rsquo; 등 7개의 소주제에 맞는 작품과 자료로 구성되어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nbsp;</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이와 함께 서울시립미술관은 남서울미술관을 통해 권진규 관련 기관을 연결하여 작품과 자료를 공유하고,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상설전시는 앞으로의 연구성과물을 반영하여 정기적으로 작품과 자료를 일부 또는 전면 교체하여 변화를 줄 예정입니다. 이로써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권진규의 영혼이 영원히 살아 숨쉬는 집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span></p>

종료

2023년 8월 30일 - 2023년 11월 19일

공중정원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인간이 창조한 정원은 자연에 대한 모방과 자연 속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되어 독립된 하나의 세계, 혹은 생태계로 조성됨으로써 새로운 풍경을 형성합니다. 정원은 &lsquo;담장이나 울타리로 둘러싸인 폐쇄된 공간&rsquo;이라는 어원에서 출발합니다. 주로 자연 재료와 인공물을 세심하게 배치하고 조합하여 완성되는 정원은 자연과 문화의 정교한 결합체로 인간의 오랜 미적 욕망과 자연을 즐겨온 태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nbsp;</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이 전시는 자연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예술가들의 반응이자 상징적 의미로서 &lsquo;정원&rsquo;을 탐구하는 전시입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실재와 허구, 모방과 복제의 문제를 다루거나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생태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참조하고 재현하는 방법론적 실험을 시도합니다. 자연을 모티프로 하여 개인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심리 상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거나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는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이는 세계를 향한 작가들의 예민한 시각과 감각, 그리고 해석의 결과이기도 합니다.</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양승원은 고산수 정원이 자연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방식에 착안하여 그가 지속적으로 천착해온 현실과 비현실, 진짜와 가짜에 대한 사유를 드러냅니다. 철저히 인위적으로 연출되거나 조작되어 탄생한 사진과 인조 환경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정원은 우리 주변의 현상들을 반영합니다. 조이솝은 꽃과 식물을 닮은 조각을 통해 심리적 풍경을 그려냅니다. 반짝이면서도 검고, 상처와 찬란함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아름다움, 고통과 같은 삶의 양면적 속성을 드러내며 작가의 내면을 반영합니다. 현남의 작품은 광대한 자연 풍경을 축소하여 꾸미는 &lsquo;축경(縮景)&rsquo;이라는 개념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합니다.&nbsp;</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그는 산업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는 재료가 가진 고유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조각을 만들며, 이를 통해 대상을 재현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늘날의 풍경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김준은 국내외 특정 지역을 연구하면서 시공간의 소리를 아카이빙하고 그 지역의 자연환경에서 발견되는 암석, 식물 등을 채집하여 재구성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자연의 일부를 다양한 방식으로 복제하여 배열&middot;배치하는 방식을 취하며, 관객은 직접 스피커를 흔들어 공감각적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주로 자연 현상에서 영감을 받아 소리와 연결된 관계들을 탐구하는 고휘는 관람자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소리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구축합니다. 예측 가능성과 불가능성 사이를 오가도록 설계된 그의 작업은 우리를 둘러싼 변화된 디지털 환경을 반영하며 미래 생태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nbsp;</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전시명 &lsquo;공중정원&rsquo;은 고대 바빌론에 존재했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계단식의 옥상 정원입니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곳에서 당시의 건축 기술로 높은 지대에 물을 끌어올려 조성한 수목 가득한 정원은 인간이 이루어 낸 가장 기적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공중정원은 메마른 땅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푸른 산과 같은 풍경을 조성하고자 했던 대표적인 인간 욕망의 산물이자 실천이었습니다. 오늘날 자연에 대한 욕망의 형태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세계를 짓고자 하는 태도는 예술의 오랜 원동력으로 존재해 왔습니다.&nbsp;</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한편 현대 사회에서 정원은 공공 정원 혹은 공원의 개념으로 이어져 열린 공간이자 시민들이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공유지로서의 의미를 지닙니다. 정원은 우리 삶의 질을 고양하는 물리적, 정신적 공간으로서 근대화의 과정에서 사적 정원이 공원으로 탈바꿈되거나 공동체를 위한 공원이 조성되었습니다. 1900년대 초 외교 목적의 벨기에영사관으로 지어졌던 남서울미술관 건축은 2004년부터 미술관으로 사용되며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건축과 미술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nbsp;</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p> <p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우리 삶 속에 스며든 이 공간에서 《공중정원》은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경유하며 관람객에게 다가섭니다. 전시 참여 작가 5인이 조성한 각각의 독립적인 생태계가 여러 경로로 관람객과 공유되고 의미의 확장을 이루기를 바라며 이 전시가 일상을 새롭게 환기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합니다.</span></p> <div style="line-height: 160%;"><span style="color: rgb(0, 0, 0);"><br /></span></div>

종료

2023년 12월 20일 - 2024년 3월 17일

정현 개인전《덩어리》

<p><span style="font-weight: bold;">&ldquo;소리가 나거나 밖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 안으로 들어가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문제가 안에서 응어리졌을 때 예술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rdquo;</span></p> <p><br /></p> <p>《덩어리》는 침목, 폐자재, 고철 등 목적을 다하고 버려진 재료들로 인물상, 군상을 제작하면서 재료의 물성과 가능성을 탐구해 온 작가 정현의 개인전입니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조형적 흐름과 함께 조각,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를 포괄적으로 소개합니다. 전시 제목 &lsquo;덩어리&rsquo;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매체의 물성을 극대화하는 작가의 접근방식,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되는 조형적 특징과 더불어 정현 작품의 재료가 고유 존재로서 살아내고 견뎌온 &lsquo;덩어리진 시간&rsquo;을 함의합니다. 이는 하찮거나 쓸모를 다한, 그러나 시간과 경험의 결이 응축된 재료에 주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비조각적 재료를 조각화하는 정현 특유의 작업세계를 함축적으로 조망하고자 함입니다.&nbsp;</p> <p><br /></p> <p>한국 현대 조각사에서 정현은 매우 독자적인 위치를 갖습니다. 추상 표현의 물결이 일던 1980년대 한국 미술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곳에서 꾸준히 인체조각에 천착해 온 점이나 조각의 범주에서 통용되지 않던 것들을 조각화해 온 움직임이 대표적입니다.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 후반에는 예술의 가장 근본적 탐구의 대상인 인체를 진지하게 작업하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인간 실존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고, 이 시기 석고와 마닐라삼을 이용하여 제작한 뼈대 중심의 인체 표현이 주를 이룹니다. 정현은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내면서 발표하는 대부분의 전시마다 새로운 재료를 탐구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특히 침목 작업 &lt;서 있는 사람&gt;으로 잘 알려진 작가 정현은 이외에도 파쇄공, 석유 찌꺼기인 콜타르, 폐철근, 아스콘(콘크리트 아스팔트) 등 용도를 다하고 폐기를 기다리는 재료들에 각자의 역할을 부여해 왔습니다. 흘러내릴 듯이 간신히 서로에게 엉겨 붙어있는 덩어리들. 이렇게 덩어리진 형상은 그 안에 묻힌 존재를 되묻게 합니다.&nbsp;</p> <p><br /></p> <p>이번 전시는 주로 &lsquo;인체조각&rsquo;으로 알려진 작업의 면모에 집중하기보다는 조각의 대상을 택하고 살피는 데에 있어 문법을 달리하는 정현 특유의 정체성과 실험성 탐구에 주력합니다. 정현은 사실주의적 접근이 아닌, 스스로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재료의 물성과 특성에서 비롯된 서사를 강조해왔습니다. 자기표현을 주장하기보다 재료가 고유 존재로서 내포하고 있는 시간성, 기억, 역사에 주목하기 위함입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야외정원에서 시작해 2층 전시실로 이어지는 전시는 90년대 주요작은 물론 드로잉, 아카이브와 신작을 포괄합니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서는 드로잉을 단순히 조각을 위한 에스키스(습작)가 아니라 조각과 동등한 위계의 매체로 설정하는 작가의 태도에 주목하여 조각과 드로잉이 조화롭게 상응하도록 구성하였습니다.&nbsp;</p> <p><br /></p> <p>최근작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정현은 가장 먼저 손에 익은 조형적 습관과 기존의 관념을 비워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육중한 무게를 견디며 세월을 집적해온 침목, 산불에 연소되어 검게 그을린 목재, 그리고 수십 톤에 달하는 파쇄공을 작품으로 들여오는 데에도 정현은 제작자보다 관찰자의 위치에서 수년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lsquo;잘 헤매기&rsquo;를 목표하는 그는 여전히 꾸준한 관찰자입니다. &lsquo;하찮은 것들의 하찮지 않음&rsquo;을 향하는 오랜 관찰자 정현의 그러한 고민이 이번 전시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p> <div><br /></div>

종료

2024년 4월 10일 - 2024년 7월 7일

건축주제기획전 《길드는 서로들》

<p>서울시립미술관의 2024년 전시 의제인 &lsquo;건축&rsquo;을 관통하는 건축주제기획전 《길드는 서로들》은 건축의 본질적 속성을 &lsquo;관계맺기&rsquo;로 파악하고 &lsquo;관계맺기&rsquo;를 다양한 개념적 접근으로 살펴보는 전시입니다.</p> <p><br /></p> <p>《길드는 서로들》은 서울시립미술관의 2024년 전시 의제인 &lsquo;건축&rsquo;을 관통하는 전시로 건축의 본질적 속성을 &lsquo;관계맺기&rsquo;을 통해 가치와 경험을 만드는 행위로 파악하고 &lsquo;관계맺기&rsquo;를 다양한 개념적 접근으로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자연 환경이라는 물리적 토대 위에서 출발하는 건축은 일차적으로 자연의 제약과 그에 대한 고려를 전제합니다. 건축은 또한 시대와 사회의 공공적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하고,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 환경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건축은 인간에 의해 창조되지만 역으로 인간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등 창조력을 갖습니다. 이처럼 건축의 본질은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 공동체와 개인, 물질과 비물질적인 것 등의 다양한 요소를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연결하는가를 묻고 이에 답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p> <p><br /></p> <p>《길드는 서로들》은 자아를 확인하는 기본 조건이 되는 물리적인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매개로 발생하는 &lsquo;관계맺기&rsquo;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7명의 작가와 작품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유도합니다. 이를 통해 고립감과 정체성 상실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lsquo;관계맺기&rsquo;가 갖는 삶의 역동적인 가치를 일깨우고자 합니다. 전시제목인 '길드는 서로들'은 생텍쥐페리의 문학작품 『어린 왕자』(1943)에서 빌려온 표현으로 '관계맺기'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lsquo;길든다&rsquo;는 것은 시간성과 반복성, 과정을 전제하는 동시에 건축의 본질인 공동성에 바탕한 관계맺기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길들이고, 무엇에 길들고 있을까요?</p> <div><br /></div>

종료

2024년 7월 31일 - 2024년 10월 27일

SeMA 옴니버스《제9행성》

<p><span style="font-weight: bold;">&ldquo;우리 시대는 단지 지구적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지구적 시대의 끝점이자 &lsquo;행성적인 것(the planetary)&rsquo;이라 부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rdquo; -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행성시대 역사의 기후』, 이신철 옮김(에코리브르, 2023), 13쪽.</span></p> <p><br /></p> <p>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태학적 위기와 재난 상황들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이 아닌 존재, 즉 비인간의 존재에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기계, 동물, 식물, 사상 등 다양한 형태를 띠는 비인간들은 인간과 동등한 행위자로 간주되었고 사회적 현상들은 이러한 행위자들 간의 관계로 파악되었습니다. &lsquo;지구&rsquo;가 인간 중심적 구성물이라고 주장하는 역사학자 디페시 차크라바르티(Dipesh Chakrabarty)는 &lsquo;행성&rsquo;을 세계, 대지 및 지구와는 다른 대안적 개념으로 파악하고 행성적 관점으로 사유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에 따르면 지구적인 것은 인간적인 시간의 지평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지칭하는 반면, 행성은 인간을 탈중심화하며 비인간적 차원의 광대한 과정을 드러냅니다. 인간이 다른 생명 형식보다 특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그의 행성적 사유는 인간 중심주의를 경계하고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동등하게 바라보도록 합니다.&nbsp;</p> <p><br /></p> <p>SeMA 옴니버스는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 기관의제 &lsquo;연결&rsquo;과 관련하여 본관과 분관 등 4곳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소장품 기획전입니다. 그중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제9행성≫은 모든 것이 초연결되어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과 관계가 중요하게 대두되는 현시점에 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인간이 아닌 생물, 무생물 등 다른 행위자에 주목하고 여기서 촉발되는 질문들을 탐구합니다. 또한 더 이상 인간이 주인공이 아니며 서로 다른 이질적인 존재들이 위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행성을 상상합니다.</p> <p><br /></p> <p>전시명 &lsquo;제9행성&rsquo;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태양계의 8개 행성 외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아홉 번째 행성으로, 인간이 규정하고 이름 붙인 태양계의 여덟 행성과 다른 미지의 영역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기계, 로봇, 자연, 일상의 사물, 비가시적인 바이러스 등 다양한 비인간 존재와 인간의 연결을 그려내고 그동안 망각되었던 가치와 존재들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이들은 인간이 안락한 삶을 영위하고 번성하기 위해 만들어 온 시스템과 제도, 그리고 인간의 관점으로 구성한 범주들을 흔듭니다. &ldquo;지구적인 것 그 자체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rdquo;는 차크라바르티의 말처럼 행성적 관점은 인간적인 지평에서 한발 물러나 지금과는 다른 차원에서 사유할 것을 촉구합니다.</p> <p><br /></p> <p>[파트 1] 기계와 인간 전보경과 고창선의 작업은 기계와 로봇의 등장이 인간과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다룹니다. 전보경은 4명의 무용가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로봇의 일률적 움직임을 독자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영상 작업을 통해 인간 고유의 특성과 비효율성의 가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갑니다.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기계 장치를 통해 구현되는 고창선의 작업은 작품과 관객이 맺는 능동적 관계에 중점을 둡니다. 작품 속에서 일시적으로 재설정되는 작품과 관객의 관계는 기계와 인간, 서로의 존재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우리의 일상을 데이터화하고 시공간적 인식을 재구성하는 기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기계 혹은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예술적 면모를 보여줍니다.</p> <p><br /></p> <p>[파트 2] 침투하는 존재 조은지, 정혜정, 황문정은 자연을 비롯한 유기물, 무기물 등 다양한 비인간 존재들과 인간의 연결을 드러내고 실재와 가상을 넘나들며 다종의 존재들과 얽힌 생태계를 노출시킵니다. 조은지는 각종 차별적 경계들을 파괴하고 무화하는 수행적 작업을 통해 또 다른 행성을 상상하며 서로 다른 종 사이의 공명의 지점을 만들어 냅니다. 산호의 생물학적 특성에 착안한 정혜정의 구조물 설치 작업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혼종적 신체와 다양한 몸을 그려내며 그동안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온 개념들에 균열을 가합니다. 황문정은 도시 속에 존재하는 각종 비인간 존재들을 작가 특유의 로우테크적(low-tech) 접근 방식으로 드러냅니다. 작품을 통해 비인간들의 생태계에 주목하고 그들의 환경적 조건을 재검토함으로써 이들과의 공생 방식을 고찰합니다.</p> <p><br /></p> <p>[파트 3] 보이지 않는 것 염지혜, 뮌, 정승, 신정필의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가시화되지는 않으나 분명히 실재하는 것에 대한 집중적 관심과 탐구를 통해 망각되기 쉬운 존재들의 의미를 밝혀 나갑니다. 염지혜는 2015년 메르스 확산으로 전 국민이 경험했던 공포와 불안을 바탕으로 우리 삶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존재를 드러내고 그것을 둘러싼 루머 등으로 극대화된 감각을 노출시킵니다. 뮌은 우리가 몰입하는 스포츠 경기를 둘러싼 사회 정치적 맥락을 들추며 텅 빈 경기장 속에 감도는 긴장감을 통해 군중을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정승은 산업 사회를 대변하는 하나의 소우주와도 같은 자동차를 분해하고 그 파편들을 부드러운 펠트 천과 수공예적 기법으로 재현합니다. 부분이 전체를 이루며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던 부품들은 원래 모습과 다른 크기와 표피를 지닌 존재로 재탄생하여 산업 시스템 속 개인과 작은 존재들의 가치를 조명합니다. 신정필은 시각에만 의존한 사물 인식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재료와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에 다가서고 그것이 지닌 풍부한 의미를 되살리고자 합니다.</p> <div><br /></div>

종료

2024년 8월 22일 - 2024년 11월 17일

SeMA 옴니버스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

<p><span style="font-weight: bold;">SeMA 옴니버스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span></p> <p><br /></p> <p>SeMA 옴니버스 전시는 2024년 기관 의제 &lsquo;연결&rsquo;을 장르적, 매체적, 시간적, 사회적 측면에서 고찰하는 대규모 소장품 주제 기획전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독립된 단편들을 엮어내는 이야기 형식인 옴니버스를 차용하여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서소문본관),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북서울미술관), 《제9행성》(남서울미술관), 《아카이브 환상》(미술아카이브)까지 4개 관에서 4개의 전시가 서로 다르지만, 긴밀하게 이어집니다. 마치 숨은 그림을 찾듯이 동시대성과 여성작가라는 SeMA 소장품의 특징적 키워드를 찾아내면서 한국 현대미술이 주는 역동성과 다양성을 느껴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p> <p><br /></p> <p>《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는 SeMA 소장품을 매체 사이의 연결과 결합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내고자 합니다. 포스트-미디엄/포스트-미디어 시대 매체를 매개로 예술가와 작품의 필연적 구조를 탐색하고,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가상과 현실, AI와 신체 등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조응하는 매체가 만들어내는 우리 시대 매체/미디어의 다층적 구조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매체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가운데라는 의미의 메디움(medium), 사이에 있다는 뜻의 메디우스(medius)에서 유래했습니다. 현대미술에서 매체는 매개, 매질, 영매, 연결로서 작품과 작가, 작품과 관람자, 관람자와 미술관을 이어내는 복합적인 연결의 층들을 구성합니다. 올드 앤 뉴[Old &amp; New], 옐로우 블록[Yellow Block], 레이어드 미디엄[Layered Medium], 오픈 엔드[Open End]와 같은 전시의 키워드들을 클릭하듯 따라가면 지금/여기의 매체적 상황은 단수이자 복수인 중층적 구조로 존재한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p> <p><br /></p> <p>인류학자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과 호르헤 보르헤스의 소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의 제목처럼 기후 위기와 자본주의의 막바지, 세계의 끝에서 예술가들은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예술을 통해 묻고 있습니다. 매체를 선택하고 갱신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다양한 진폭을 넘나드는 고민 끝에서 작품을 만들어가듯이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연결을 꿈꾸게 됩니다. 그것은 완벽히 이어진 빈틈없는 연결이 아닌 이미 부분적이고 부서진 연결입니다. 예술은 바로 그 불완전하고 불충분함을 다시금 바라보라고, 그 잔해의 폐허 속에서 여전히 꿈틀대는 어떤 생명, 성찰, 저항, 희망, 상상 그 어떤 잠재적 가능성에 대하여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p> <div><br /></div>

종료

2024년 11월 22일 - 2025년 6월 1일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건축의 장면

<p>《건축의 장면》은 24년 전시 의제인 '건축'을 '영상'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일반적으로 건축은 공간예술로, 영상은 시간예술로 분류하지만, 두 영역은 시간성과 공간성을 중요한 속성으로 공유한다. 건축에서 시간성은 공간 안에서 이용자의 동선을 설계함으로써 표현된다. 반대로 영상에서는 눈에 보이는 화면 속의 공간뿐만 아니라 시퀀스의 연결 속에서 기억되는 것으로부터 감각적인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카메라의 눈으로 경험하는 공간은 색다른 역동성을 갖게 된다. 《건축의 장면》은 이처럼 시간성에 기반한 '영상'을 통해 기존의 건축 전시와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아가 영상의 제작 주체를 건축가와 미술작가로 한정해 다른 출발점에서 만들어지는 시선의 교차를 보여주고자 한다.</p> <p>《건축의 장면》은 건축과 연결되는 다양한 주제들을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작가 8명팀)의 작품으로 소개함으로써 관람객 스스로 건축적 상상력을 확장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거공간, 사무실, 대중교통 시설, 그리고 도시의 풍경 등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틀짓는 건축적인 것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건축적인 상상을 한다는 것은 건축을 매개로 맺어지는 관계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알고리즘에 기반해 제시하는 공간의 이미지들에 휩쓸려 보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듯하다. 우리가 공간에서 신체를 이동하며 포착한 하나의 순간을 필름의 한 프레임이라 가정한다면, 시공간에 대한 일련의 경험은 이 프레임들을 연결해 만든 한 편의 영상이라 상상해 볼 수 있다. 본 전시 《건축의 장면》이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의 공간 속에서 맺어지는 관계들에 대해서 질문하고, 나아가 각자가 감독이 되어 자신만의 장면을 포착하는 색다른 계기가 되길 바란다.</p> <div><br /></div>

종료

2025년 6월 4일 - 2025년 7월 12일

두산인문극장 기획전 [Ringing Saga]

<p>두산인문극장 기획전 《Ringing Saga》는 두산아트센터가 위치한 종로에서 출발한다. 서울 중북부에 위치한 종로는 서울에서 열 번째로 큰 자치구로, 도심 한복판인 종로 일대는 시끄럽고 진진한 삶의 풍경으로 가득하다.</p> <p><br /></p> <p><br /></p> <p>전시장에 도착하기까지 마주하게 될 몇 가지 풍경을 묘사해 본다. 지하철역 바로 앞에는 밤낮없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손님을 맞이하는 약국들이 줄지어 있다. 그 맞은편에는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광장시장이, 그 너머로는 방산시장이 보인다. 광장시장을 찾은 관광객의 들뜬 얼굴 뒤편, 다리 하나만 건너면 외부인은 쉽게 스며들 수 없는 일상의 현장이 펼쳐진다. 뜨내기의 발길과 녹진한 삶의 무게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풍경이다. 이렇게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대학로, 청계천, 광화문, 인사동까지 금세 종로의 구석구석에 닿게 된다. 무심코 스치는 길목마다 시대를 달리하는 기억과 흔적이 층층이 새겨져 있다. 서울의 가장 오래된 구도심이자 도시의 흥망성쇠를 오롯이 품고 있는 지역인 종로를 들여다보는 일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탐구하는 과정인 동시에 도시라는 거대한 구조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p> <p><br /></p> <p><br /></p> <p>한편, 종로는 서울을 맴도는 수많은 사람들과 일대일의 특수한 관계를 맺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별한 연고가 없을지라도 온갖 산업과 활동이 교차하는 공간적 특성 덕분에 누구에게든 일터이자 여가 공간, 혹은 거처가 된다. 또한, 중심부라는 지리적 특성상 누구든 한 번쯤은 거쳐가는 이동의 통로이자 머무름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한 장소를 둘러싼 경험과 정체성이 무수히 중첩되거나 분화된다는 점에서 종로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생생하게 교차하는 매개의 공간이다. 그렇다면 종로라는 이 길 위에, 과연 완전히 낯선 것이 있을까?</p> <p><br /></p> <p><br /></p> <p>《Ringing Saga》는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제목의 &lsquo;링잉(Ringing)&rsquo;은 무언가 울려 퍼지고 있는 생동의 상태를, &lsquo;사가(Saga)&rsquo;는 장대한 서사 혹은 모험담을 의미한다. 전시는 익숙한 것으로부터 출발해 종로에 관한 새로운 모험담을 써 내리는 것을 시도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다섯 명의 작가, 구동희, 김보경, 안진선, 이유성, 홍이현숙은 도시의 은밀한 관찰자이자 탐험가로서, 종로에 쌓인 공적 시간과 사적 기억들을 연결하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신묘한 기운이 감도는 골목, 양기로 눌러낸 질곡의 역사, 귀신도 울고 갈 도시 재개발의 속도까지. 매 걸음마다 기이한 모험이 펼쳐진다.</p> <p><br /></p> <p><br /></p> <p>안진선은 종로 일대를 천천히 걸으며 불안의 감각을 추동하는 장면들을 관찰했다. 작가는 노쇠한 도시의 생애주기에 따라 부서지고 지어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건축의 풍경에 주목한다. 미처 흔적을 감추지 못한 채 그대로 남겨진 건축 자재, 쓸모를 다한 것으로 판명되어 내쫓긴 가구들, 새로운 것을 기다리는 대기의 장막은 그의 시선을 거쳐 전시장 안으로 옮겨진다. 〈책장〉(2025), 〈서랍장〉(2025), 〈매트리스〉(2025) 등 거리 위 사물의 이름을 전유한 이번 신작들은 그 이름이 함축한 본래의 용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전시장이라는 임시적 거처 안에서 도시 재건축의 풍경을 직조한다. 관객은 그 안에서 익숙함과 낯섦, 기시감과 미시감 사이를 진동하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p> <p><br /></p> <p><br /></p> <p>이유성은 이번 신작에서 무의식에 잠들어 있던 오래전의 기억들을 끄집어내 종로라는 장소성과 이종 교합시킨다. 영화관, 밤 골목 등 자신의 특정 시기를 형성했던 과거의 장소들을 회상하며, 그 기억을 경유해 발견한 허구적 공간들을 현실 안에 시뮬레이션 한다. 이 시각적 알레고리의 중심에는 &lsquo;장미&rsquo;가 있다. 장미는 인류사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문화적 기호로 작동해온 식물로, 종로가 지닌 보편성과 특수성이 교차하는 지점과도 맞닿는다. 그간 작가는 이질적 기호와 대상, 물성을 접합해 그로부터 발생하는 뜻밖의 에너지와 존재 방식을 탐색해왔다. 신작 〈바그다드〉(2025), 〈취한 두더지의 밤〉(2025), 〈존재 교환소〉(2025)에서는 브론즈와 비닐봉지, 황동판과 변색된 우레탄폼, 천조각 등 각기 다른 질감과 무늬, 무게를 가진 재료가 사용되어 장미와 공간 모형이 기이한 방식으로 결합된다. 이 조각들은 종로의 골목을 헤매며 느낀 막막함, 둔탁한 시간의 흐름, 어딘가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에너지를 응축한 형상처럼 다가온다.</p> <p><br /></p> <p><br /></p> <p>김보경은 &lsquo;풀기&rsquo;와 &lsquo;엮기&rsquo;의 방법론을 통해 거시사와 미시사, 과거와 현재, 전체와 파편을 다공적으로 이어낸다.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 〈당초문 군락&mdash;땅 밑에서부터 사방으로 휘휘〉(2025)는 2000년대 초 종로1가 옛 피맛길 터에서 발굴된 분청사기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조선 초기의 청화백자를 중심으로, 재료와 문양, 교역의 행로 등에 얽힌 방대한 물질문명의 역사를 이어 붙인다. 청화백자의 안료였던 광물 &lsquo;코발트&rsquo;에 얽힌 채굴의 역사, 장수를 기원하는 당초무늬의 확산, 상권의 중심이었던 옛날 종로의 풍경 등은 디지털 콜라주로 재해석되어 비선형적인 연대기를 그리며 그 안에 내재된 전방위적 이동의 경로를 추적하게 만든다. 또한, 윈도우 갤러리에 설치된 신작 〈무늬 궤적〉 시리즈(2025)는 모빌의 형태를 빌려, 한 눈에 교집합을 찾기 어려운 이질적 요소들이 어떻게 덩굴처럼 얽혀 서로 간의 연결 고리를 형성하는지 시각화한다.</p> <p><br /></p> <p><br /></p> <p>홍이현숙은 〈광화문 정물〉(2011)과 〈손 팻말 시위(피케팅)〉(2016)을 통해 장소를 둘러싼 신체와 사회, 정치의 관계를 재편한다. 광화문 광장과 효자동 사거리라는 일상적인, 그러나 지극히 정치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두 영상에는 파란 꽃무늬 원피스 차림의 낯익은 인물인 작가가 등장한다. 광장 위에 선 그는 살아 있는 정물이 되거나 누군가의 통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어 익숙한 장소에 비일상적 균열을 일으킨다. 이러한 몸짓을 통해 그가 대변하는 존재는 국가 재난의 피해자, 발언권이 희미한 소시민, 여성과 소수자 등 특정하기 어려운 &lsquo;나와 내 주변 모두&rsquo;다. 해마다 의미를 새롭게 갱신하는 두 광장을 시차를 두고 바라보며, 우리는 지나간 사건과 기억, 같았던 것과 달라진 것을 다시금 헤아려볼 수 있을 것이다.</p> <p><br /></p> <p><br /></p> <p>구동희는 평범한 일상에 움튼 모순을 포착하고, 이를 확대하거나 전환함으로써 세계가 가진 낯선 이면을 드러내 왔다. 〈타불라 라사〉(2023-2025)에서 그는 도시를 배회하는 유령 같은 인물들을 통해 도시의 기록 관리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한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서울 곳곳에서 기척없이 날아드는 실종자 알림 메시지를 수집하고, 그 패턴을 분석한다. 알림은 성별, 연령, 인상착의, 실종 지역 등 구체적인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실재하는 존재를 정확히 상상하기 어렵다. 작가는 이러한 정보들을 AI 이미지 생성기에 입력해 실종자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생성된 이미지는 빅데이터에 축적된 표준화된 외형을 반영하며, 특정 시기 유행하는 복장이나 스타일, 생김새를 가진 한국인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이처럼 패턴화된 정보 값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의 도식은 특정인을 지시하는 듯하지만, 결국 누구도 정확히 지칭하지 못하는 도시 정보 시스템의 익명성과 공백을 가시화한다.</p> <p><br /></p> <p><br /></p> <p>《Ringing Saga》는 현실의 구체적인 장면에서 출발하지만, 그 시간성을 계속해서 탈주하며 특수한 시공간을 생성한다. 이제, 여기서 마주한 이상한 장면들을 어딘가에 담아두고 전시장 밖을 나설 시간이다.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다시 시끌벅적한 종로의 거리로 돌아가 차를 한 잔 마실 수도 있고,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오는 길에 보았던 눈에 익은 대상을 다시 돌아보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 긴 산책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다. 이 모든 선택들이 종로, 그리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작고 큰 모험들이다. 매일의 일상으로 일궈낸 이 모험담의 주인공은 아침마다 종로로 부지런히 출근하는 &lsquo;A&rsquo;일 수도, 전시를 보고 재료를 사러 이 일대에 잠시 들른 &lsquo;B&rsquo;, 낯선 경험을 위해 골목을 헤매는 여행자 &lsquo;C&rsquo;일 수도 있다.</p><p><br /></p> <p><br /></p> <p>구동희(b.1974)는 서울을 기반으로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작업한다. 시청각랩(2023, 서울), 쿤스트할 오르후스(2022, 오르후스, 덴마크), 아트선재센터(2019, 서울), 페리지 갤러리(2018, 서울),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서울(2012,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제1회 두산연강예술상(2010), 제13회 에르메스 미술상(2012)을 수상했으며, 2014년 올해의 작가상 4인으로 선정되었다.</p> <p><br /></p> <p><br /></p> <p>김보경(b.1988)은 이미지 리서치를 기반으로 콜라주, 리소 프린트, 뜨개, 직조 등의 방법으로 작업한다. 중간지점 둘(2024, 서울), 부연(2023, 인천), 프로젝트 스페이스 다섯수레(2022, 서울)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콜렉티브 25시 세일링으로 활동하며 3번의 전시를 열었고, 인천아트플랫폼(2023, 인천). YPC SPACE(2022, 서울), 임시공간(2021, 인천), N/A(2021, 서울) 등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했다.</p> <p><br /></p> <p><br /></p> <p>안진선(b.1996)은 서울을 중심으로 작업하며 조각과 설치, 공간을 만든다. 무음산방(2023,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2024, 서울), 챔버 1965(2023, 서울), 예송미술관(2023, 서울), 레인보우 큐브(2021, 서울) 등 다양한 곳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p> <p><br /></p> <p><br /></p> <p>이유성(b.1989)은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조각가이다. TSA NY(2023, 두산 해외 전시 프로그램, 뉴욕, 미국), 아트스페이스 보안3(2023,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2025, 서울),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2024, 창원), 일민미술관(2024, 서울) 등에서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3년 SeMA 신진미술인으로 선정되었고,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바 있다.</p> <p><br /></p> <p><br /></p> <p>홍이현숙(b.1958)은 퍼포먼스, 영상, 설치를 아우르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코리아나미술관(2022, 서울), 부천아트벙커B39(2021, 부천), 아르코미술관(2021,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24, 서울), 국립현대미술관(2024, 서울) 등에서의 단체전과 2024 부산비엔날레,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등 다수의 비엔날레에 참여했다.</p> <p><br /></p>